지난 8월 3일, 여성국극계의 최고령 원로배우인 조금앵 선생이 향년 83세로 타계했다. 타계 100일을 맞아 최고의 남장배우로 활동했던 그의 삶과 예술혼을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이 추모재에서는 그와 함께 활동했던 원로배우들과 후학들이 함께 준비한 추모 행사, 그가 평생을 떠나고 싶지 않아 했던 무대를 느낄 수 있는 여성국극 <콩쥐팥쥐> 토막극 공연, 그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왕자가 된 소녀들>(연출: 김혜정) 상영이 있을 예정이다.
추모재는 오는 11월 10일(토) 오후 3시 논현동 성암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이 추모재는 <왕자가 된 소녀들>을 제작한 문화기획집단 영희야놀자, 여성국극 배우들과 팬들이 모인 단체인 (사)옥당국악국극보존회 주최로 이루어진다.
여성들이 남자역까지 맡아 창과 연기, 춤을 펼치는 여성국극은, 1950~6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공연예술이다. 많은 인기 요인 중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은 당연히 남장배우의 매력이다.
여성국극이 시작된 1948년부터 최근까지 60년 이상을 남자역 배우로 무대에 선 조금앵 선생은 뛰어난 액션연기와 칼싸움 솜씨를 선보이며 최고의 미남배우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팬의 부탁으로 신랑 역을 맡아 결혼식 사진까지 찍을 정도였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무대를 떠나지 않으려 했을 만큼 그가 여성국극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조금앵 선생의 뒤를 이어 현재 남자주인공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옥천 선생이 출연하는 <콩쥐팥쥐> 무대에서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국극에 대한 다큐멘터리 <왕자가 된 소녀들>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여성국극의 발자취를 되짚어가며 여성국극과 평생을 함께 한 배우와 팬들을 만난다.
소용돌이치는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가장 퀴어하고 파워풀한 역사를 가진, 그러나 기억 속에 묻혀졌던 이들의 이야기는 올해 많은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조금앵 선생이 타계했다는 소식에 많은 관객들이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영화제와 공동체상영 등을 통해 관객과 만난 <왕자가 된 소녀들>은 내년 초 극장 개봉으로 더 많은 관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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