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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기 전 외양간 수리는 어려운가?
임도건컬럼리스트 기사입력  2018/01/3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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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예술신문 컬럼리스트=임도건]한 달 새 두 번의 화재. 제천화재가 가시기 전 밀양(요양)병원에서 또 참사가 일어났다.
▲ 임도건컬럼리스트     © 월간아라리

주변의 사고는 비극이지만 나와 무관한 사람들의 참사는 통계수치로 치부되는 요즘. 삼가 38명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뒤늦게 재난대책 강화와 건축물관리법 제정이 추진된다지만 소 잃기 전에 미리 외양간 고칠 순 없을까? 이 정도면 외양간 수리비가 소 값보다 더 비싸게 될 판이다. 연이은 대형화재 사고에 정부는 좌불안석이다. 소방차 진입을 위한 골목길 불법주차와 부실시공 단속이 강화된다지만, 이런 대응은 사후대책이 아니라 사전에 구축되었어야 할 보완책 아니던가?

밀양병원 화재사망자가 38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원인규명과 보상처리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알려진바 제천과 밀양화재의 공통점은 ‘드라이비트’ 공법 때문이란다. 이 공법에 적용된 자재는 열전도율이 높은 가연성 물질로, 정상 자재 대비 시공비가 1/3 저렴한 대신, 화재발생 시 유독가스 발생의 주범으로 전해진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남지방경찰청은 응급실 천장의 스티로폼 단열재의 발화와 그로 인한 유독가스 배출을 주원인으로 밝혔다. 병원당국이 재난 취약시설 의무보험에 가입했는지 여부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 시공비 몇 백 만원 아끼려다 천문학적인 피해보상비를 지불하게 되었다. 

▲ 드라이비트공법 사진 MBN화면 캡쳐     ©월간아라리

일차 책임은 건물점유자 혹은 소유자에게 있지만, 배관설치를 외부업체가 맡은 경우라면 외주사의 영업배상금에서 충당될 것이다. 사망자 대부분이 60세 이상의 고령자로, 보상액 역시 최저 1억~최대 5억 원이 될 것이란 전언이다. 피해자의 나이, 소득, 기대수명을 토대로 산정된 금액이라지만, 어디 건강한 일상과 행복한 일생에 비교할 수 있으랴?   

이 와중에 야당 정치권은 ‘네 탓’이라며 정쟁만 일삼는다. 침통한 표정은커녕 정부 탓하며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숨기는 것도 모자라 재난대책을 빌미로 지자체 선전효과에만 혈안이다. 국가적 재난에는 초당적 공조가 우선일 텐데, 치졸한 이장폐천*以掌蔽天만 되풀이한다.

이번 사고는 건축물 부실관리로 인한 인재사고다. 정부는 골든타임 확보로 피해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장을 찾아 합동분향소 설치 및 사후처리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세월 호 트라우마 때문인지 빛이 나질 않는다. 부디 침착하게 마무리되길 바란다.  

2009년 미국의 에어웨이스 항공기가 허드슨 강에 불시착했을 때 [네 사람이 나눈 대화]란 글이 화제였다. 그 이름은 ‘모든 사람everybody’, ‘누군가somebody’, ‘아무나anybody’, ‘아무도nobody.’였다.

“누군가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했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 그 일을 해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아무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 화를 냈다.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왜 안 했냐고! 세금은 어디다 썼냐며 질타했다. ‘모든 사람’은 ‘아무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무도’ 하지 않을 거란 현실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 일에 앞장서지 않은 ‘누군가’를 비난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왜 ‘아무도’ 하지 않았냐고.”

한국사회는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행위별 책임을 묻기보다 온갖 죄를 다 뒤집어씌울 ‘정치적 희생양’이나 ‘마녀사냥’에만 중독된 듯하다. 대다수 시민은 ‘상대적 의인’과 ‘도의적 죄인’으로 양분된다. 물리적, 도덕적 책임은 누가 질까? 누구도 비난할 수 없고 아무도 비난 받을 일이 아니지만, 양심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양심에 찔리고 부끄러워해야 할 인재사고다.

졸속행정과 부실점검이 만연된 도덕불감증의 결과다. 해당공무원이 우리 친인척이고 예산부족과 관행이란 이유로, 모두가 암묵적인 동의 아래 저지른 ‘미필적 고의’다.

반복되는 위험 증후는 결국 대형 참사를 잉태하는 법. [DAS] 소유권이 형제의 난(이시형-이동형)으로 번지는 가운데 MB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었다. X-파일로 인한 대법원 행정처장의 교체소식도 들려온다. 사법부 또한 개혁해야 할 적폐지만 제 살 도려내야 하는 속내는 복잡하다. ‘우병우’의 8년 구형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것이 그 예다.

임명권자에 대한 예우와 검찰조직의 명예회복을 놓고 고민하는 법조계. 모쪼록 공무원은 임명권자에 대한 의리보다 정당한 임무수행으로 국민에게 충성하는 게 옳은 자세 아닐까? 위임받은 권한을 자신의 미래행보와 연계하여 정치적 파장을 고민한다는 건, 개인이나 법조계 전체로도 온당치 않다. 예의는 갖추되 판결은 공정해야 한다. 

법치주의는 최소한의 상식이 존중되고 반영되는 사회다. 본령에서 빗나간 충정은 사법부 내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동종분야의 의리 때문에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다면 바른 법치주의가 아니다. 정의의 ‘경계’에서 관행이란 ‘양도’로 넘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화재든 사법개혁이든 교훈은 명확하다. 사후치료보다 예방의학에, 처벌보다 범죄 예방에 중점을 두어야 진짜 선진국이다. 외양간 수리비는 소 값을 넘지 않아야 한다. 세월이 약이라지만 이런 과거는 지난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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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1/30 [09:33]  최종편집: ⓒ 국악디지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