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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카’시간 다가오나?
임도건컬럼리스트 기사입력  2018/02/1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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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예술신문 임도건컬럼리스트]북한의 김일성은 신격화된 존재다. 백두산 일대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펼치고 그 정신을 아들 김정일에게 물려줬다는 이유로 백두혈통이라 불린다. 손자뻘인 김정은은 북한의 1인자로 자신의 마지막 혈육 김여정을 평창올림픽의 특사로 보냈다. 손에 들린 친서가 진심이길 바라지만, 겨우 물꼬가 트인 대화는 서너 달이 지나야 윤곽이 잡힐 터.

시인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번에 방남한 김여정(1987년생)은 김정은보다 세 살 아래지만 스위스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같이 보냈고 숙청과 강등을 반복하는 체제에서 유일하게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는 인물이란 점에서 입법부 수장인 김영남(93)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보다 더 큰 주목을 받는다. 미국 내 주요언론이 김여정을 집중보도한 것도 폐막식에서 이방카와의 조우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여정을 이방카에 빗댄 이유는 김여정이 허커비 샌더스(백악관 대변인), 존 켈리(비서실장), 귀여운 훈수꾼 이방카의 역할과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11일자 뉴욕타임스(NYT)는 김여정의 2박3일 방남 기간 동안 남쪽 동포에게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야릇한 미소만 지었는데도 '외교적 이미지 메이킹' 면에서는 M. 펜스 부통령을 앞질렀다(outflank)고 꼬집었다.

Connecticut 대학 역사학과의 A. 더든 교수 역시 "펜스 부통령이 남북한 단일팀을 격려했더라면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됐으련만,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면서 "그렇게 해도 미국 입지는 약화되지 않았을 것"이라 했다. 강대국의 면모를 쪼잔(?)하게 구겼다는 평가다. 

국내외 언론이 앞 다투어 김여정을 띠우는 것은 단순히 시청률을 노린 립서비스(Lip Service)가 아니다. 식민사관에 젖은 망언으로 개막식 해설에 물의를 빚은 NBC 앵커, J. 쿠퍼가 미진한 사과에 마침내 해고된 지금에도, 미국 내 공분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하나. J. 쿠퍼가 개인 차원에서 실언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 내 친일세력들이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악역을 대신하도록 사주한 것인지 밝혀진바 없다. 그런데 찝찝한 기분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국내 일각에서도 “한반도 운전자”론에 시비를 거는 자들이 있다. 운전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잡았는데 가속페달은 트럼프가, 브레이크는 아베가 밟고 주행한다는 것이다. 실제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흥칫뽕(?)할 소리다. 외견상 그럴듯한 논리 같지만 실상은 코끼리가 요가 할 법한 궤변이다.

궤변론자는 중세 스콜라철학자(sophists)들을 일컫던 것으로, 조금 더 나가면 닳아빠졌다(sophisticated)는 말로도 파생된다. 멜란히톤(루터의 측근)에게는 중세철학자들이 그런 자였다. 인간언어에 갇힐 수 없는 신의 존재를 유한한 인간의 언어로 묘사하다가 자가당착에 빠진 자들을 비판하는 말이다. 언어로 설명이 불가능한 신비세계를, 말도 안 되는 억지로 꿰맞추다 보니, 말 같지도 않은 궤변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말이 안 되면 신비로 남겨 두어야 할 신비 영역을, 어설픈 말로 규정하다보면 마침내 무리한 억측과 오류에 빠진다.  

어쩌면 이런 궤변은 보수 세력에 사주를 받은 특정논객이나 필객들의 그럴싸한 언론 플레이일 수도 있다. 중심을 잡고 헤쳐 나가는 대한민국 쇄빙선의 선장이, 주도면밀한 항로를 탐색하는 틈을 타, 잠시 사욕에 휘둘려 서툴게 방향키를 돌리는 부항해사의 월권을 보는 듯하다.

차기 정권이 누가 되던 현재가 잘 되어야 향후 열매를 따는 게 아닌가? 초딩들도 알만한 상식에 반하면서 코앞의 지방선거만 혈안이 돼, 시시콜콜 정치쟁점 화하는 것에 국민들은 외면한다. 

남북대화의 시점은 5월 전후로 점쳐진다. 패럴림픽이 끝나고 해빙기를 지나 봄 지방선거의 컨벤션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참신한 신예들의 등장을 기대한다. 종편에서 얼굴을 팔았던 논객들 역시 특정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는 듯해서 순수해 보이질 않는다. 필자를 불러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건전하고 상식적이며 공감된 언어로 설득할 수 있는 정치를 기대할 뿐이다.

그런 역량을 갖춘 자가 분명 있으련만, 그런 자들은 정당추천에서 배제되거나 현실정치의 경험이 일천하다는 한계가 있다. 민주당 외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당분간 다당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기득권에 목맨 1야당, TK/PK를 장악하려는 바른미래당, 호남을 텃밭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노리는 민주평화당의 창당 및 노동계를 대변하는 정의당이 표를 나누겠지만, 전체의석은 결국 5대 광역시를 포함한 수도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래저래 골치 아픈 명절인데 희망을 주는 것은 역시 쇼트트랙의 금메달 소식이다. 김여정으로 점화된 한반도 해빙은 결국 정치적 해법과 정부의 외교력이 관건이다.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기-승-전-정치]인가 보다. 정치가 생물이란 말에는 생존을 위해 변화무쌍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한권의 책 소개로 글을 맺고자 한다. EBS 다큐프라임 [강자의 조건]이 그것. 16세기 전통강국 스페인은 어쩌다 유럽의 이류 국가로 전락했을까? 분수령이던 칼레 전투에서 스페인을 꺾은 영국이 작은 섬나라에서 대영제국으로 거듭난 동력은 무엇일까? 한때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네덜란드가 저지대 국가의 한계를 딛고 강소국으로 부상한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혁신과 개방성이다. <군림할 것인가 매혹할 것인가?> 21세기 강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기득권 밖의 혁신을  누가 어떻게 수용할지에 따라 미래는 달라진다. 직업선수가 아니라 해도 변화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OAR(Olympic Athletes from Russia)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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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2/13 [09:52]  최종편집: ⓒ 국악디지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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