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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지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임도건컬럼리스트 기사입력  2018/04/0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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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예술신문 컬럼리스트= 임도건]봄은 여인의 계절. 서시*西施, 왕소군*王昭君, 초선*貂嬋, 양귀비*楊貴妃로 대표되는 중국의 4대 미인은 침어낙안 폐월수화(沈魚落雁閉月羞花)란 파생어를 낳았다. 물고기가 헤엄치지 않은 채 가라앉고 기러기가 날개 짓 없이 땅에 떨어지며,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고, 꽃도 수줍어 고개 숙일 정도의 미모였다는 것.

그 중에 궁녀출신의 왕소군은 “흉노-한” 화친을 위한 정략결혼의 희생물로, 흉노 왕의 아내로 끌려갔다. 떠나던 당시 중원은 봄이었으나 잡혀간 북쪽은 찬바람이 불었던 것. 이로부터 춘래불사춘,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왔다.

우리 심정도 비슷하다. 기온은 20도 전후의 여름인데 체감경기는 여전히 겨울이다. 그래서 간절기의 일교차를 꽃샘추위라 하는가보다. 평양은 봄이라는데 서울하늘은 먹구름이다. 엊그제 남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공연 [봄이 온다]가 평양에서 열렸다. 김정은·리설주의 참석으로 평양의 봄은 따스했다는데, 두 전직 대통령은 1심 선고와 구속시한 마감을 앞두고 있다.

사랑한 적 없던 남자가 사랑할 줄 모르는 여자를 만났다

지난 주 벌어진 북·중 관계다. 즉석 만남이었지만 리설주와 펑리위안의 미모외교가 화제였다. 둘 다 가수출신의 퍼스트레이디로 자칫 경색될 외교전에 은은한 향미를 더했다. 급조된 북·중 회동에 한국까지 동조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진 미국은 비판도 축하도 못하는 어정쩡한 기분이다. 우리를 포함한 북·중·미의 [4자 협상]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일단 북한은 신의 한수를 두었다. 북미대화에 앞서 중국을 지렛대 삼아 짭짤한 생명보험 하나 들었다. 핵은 천천히 내주고, 경제제재는 빨리 벗는 이란(Iran)식 비핵화 요구에 대해, 트럼프는 선-폐기, 후-보상이라는 리비아式 강수로 맞섰다. 자칫 카다피(Muammar al-Qaddafi: 1942-2011)꼴을 당할지도 모를 김정은은 남북 및 북미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손을 잡으며 반전을 노린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어부지리 열쇠를 쥔 중국은 김정은의 방중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차이나 패싱(China Passing)의 우려를 씻고, 장기집권에 성공한 시진핑은 북·중 연대를 계기로 아시아 패권 장악의 최적기를 맞아 “중국역할”론에 힘을 실었다. 중국은 우리나 미국이 던질 카드를 먼저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몸값을 올려줌과 동시에 핵무기 광기를 정상국가로 호도하는 대가로 자국의 이익을 챙길 것이다.

미국의 반응은 ‘침묵’이다. 단 한국과의 FTA 협상이행을 북미회담 이후로 미루겠단다. 이른바 남북회담 성과의 손익을 따져보고 한·중에게 통상압력을 가하겠다는 계산이다. 대안은 북한, 중국, 미국 모두에게 호혜적인 제안을 하는 것. 사학스캔들로 인한 지지율 16%의 아베 정부는 당분간 북·일회담의 명분이 없다.

사랑은 하지 않으면서 러브콜만 보내는 국제외교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현대외교.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외교는 실익에만 눈이 먼 ‘관태기’다. 동북아와 북미 기후는 어떨까? 북한과 중국은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맑은 편이나 미국은 비 올 확률 30%다. 이번 주가 변곡점으로 3국 동맹과 3국 협상이 재현되는 듯하다.

첫 번째 통일(1871)을 이룬 독일의 비스마르크는 프랑스의 복수를 막고자 오스트리아·러시아와 3제 동맹(三帝同盟)을 맺지만(1872), 러시아와 오스트리아가 발칸을 놓고 싸우다 등지면서 독일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와 함께 3국 동맹을 맺게 된다(1882년). 비스마르크가 물러난 1890년, 새 황제 빌헬름2세는 강력한 제국주의로 유럽을 흔들었다. ‘범게르만주의’를 앞세워 발칸을 장악함은 물론 중동진출의 교두보 Berlin-Byzantine-Bagdad를 잇는 3B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팽창전략은 러시아와 프랑스를 자극해 러·프 동맹(1894년)을 맺게 했다. 생존을 위해선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 것이다. 

한편, 영국은 산업혁명의 위용를 토대로, 대륙과의 동맹이 필요 없는 ‘명예로운 고립’을 고수했다. 그러나 독일의 눈부신 부상이영국 세력권이던 중동까지 파고들자 부득불 영·불 협상(1904)에 이어, 1907년엔 러시아를 포함한 <영·프·러>의 3국 협상을 맺기에 이르렀다. 독일 주도의 [3국 동맹]과 영국 중심의 [3국 협상]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유럽의 긴장은 고조되었다.
결론은 독일!두 차례 세계대전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배워야 한다. 분단국가이자 큰 전쟁(6·25)을 치른 것도 공통점이다. 북·중·미의 먹이사슬이 교차하는 한반도. 주변국의 협공과 협상에 따라 국익이 좌우되는 현실이지만 해법이 없지는 않다.

역사가 남성중심의 하드코어라면, 우먼파워는 소프트웨어다. 잘나가던 협상이 작은 암초 하나에 깨지듯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 막판성사가 여성의 몫이지만 다 된 죽에 코 빠뜨리는 것도 여자다. 정치외교가 하드웨어라면 문화예술은 소프트웨어다. 현송월이 기획한 남북합동공연이 오늘저녁이다. 이선희 [인연]이란 노랫말이 오늘따라 더 애절하게 들린다. “먼 길 돌아 만나게 되는 날, 다시 놓지 말아요.”  

끝으로 사족 하나. 오늘은 제주 4·3사건 70주년 추념일. 미군정(1945-48)동안 좌우익의 갈등을 무력진압하다 희생된 영령과 그 유족들을 기리는 날로, 그 참상은 선댄스(Sundance) 영화제의 대상작 <지슬, 2013>에 고스란히 담겼다. 2000년 특별법제정 이후 사후조치가 취해진다니 늦었지만 다행이다. 긴 시련 끝, 평화의 섬 제주에 봄이 왔다. 한반도의 4월엔 어떤 꽃이 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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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03 [13:38]  최종편집: ⓒ 국악디지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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