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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임도건컬럼리스트 기사입력  2018/04/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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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 D-3
11년 만에 남북정상이 만난다. 65년의 정전이 평화협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양 정상의 첫 악수 순간부터 생중계된다니 그야말로 세계적 이슈다. 프란시스코 교황, 구테레스 UN 사무총장,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영국의 메이 총리가 축전을 보냈다. 트럼프는 지구유일의 분단국가, 북한의 비핵화의 해결사를 자처하면서 재선을 노린다. 한반도 운전대를 잡았던 우리가 잠시 대리운전으로 밀려난듯하나, 사실은 일정시간까지 초강대국의 지렛대를 활용하는 것뿐이다.
축구로 치면 우리가 정교한 센터링을 올려주고 미국이 결정적 헤딩슛을 날리는 것이다.

지금은 8회말 2아웃
야구로 치면 스토어 2:2, 8회말 2아웃, 주자 2,3루 상황이다. 투수는 김정은이고, 타자는 문 대통령이다. 김정은이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발사실험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볼카운트 1-3다. 이때 시진핑이 원-포인트 릴리프로 나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김정은이 볼넷 대신 가운데 직구로 승부해야 한다. 타자는 적시타를 쳐 역전승을 거둬야 한다. 스리런 홈런이면 최상이고, 최소 2루타만 쳐도 남북회담은 큰 성공이다. 막판에 핀치히터 미국이 적시타 날려주면 완벽한 승리다. 뜻대로 안 되겠지만 현재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김정은의 디테일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 다 된 죽에 코 빠뜨리면 안 된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막다른 골목의 김정은이 문 열고 나왔는데 “완전히 생 쇼”이니 ‘속지 말라’고 찬물 끼얹으면 어떻게 하나? 와중에 개인이득을 노린 정치 브로커 ‘드루킹’을 들먹이며 민생외면하고 장외 투쟁하는 것은 통일을 연기하자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남북-북미대화를 끝내고 특검을 해도 늦지 않다.   
     
남북회담의 안건은 크게 서너 가지. 비핵화의 일정, 범위, 보상 및 그에 따른 항구적인 평화정착이다. 미국은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우리와 북한은 동결 내지 단계적 폐기를 원한다. 합의는 단번에, 이행은 점진적으로 하는 게 현실적이지만, 미국은 더 이상 속지 않겠다며 계속 압박할 모양이다. 세부논쟁(pros-&-cons)의 여지는 있지만 큰 틀에서의 변화는 분명 일어나고 있다. 

핵 폐기 관련, 리비아 식? 이란 식? 우크라이나 식의 러시아 이전? 사이에서 의견 일치가 쉽지 않다.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는 데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겠다는 트럼프의 말은 북한 협박 용 정치적 수사일 뿐 실제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금은 해결사가 아니라 해석사가 필요한 시점.

김정은이 카드 하나를 내놓았으니 미국이 당근 하나 줄 차례다. 미국의 채찍과 당근 사이에서 우리가 조율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외교적 압박은 미국의 힘을 빌리고, 내면적 혹은 궁극적으로는 북미 대화의 성과로 끌어내는 게 목표다. 남북이 자주적 통일을 이루게 될 때 미국의 중재나 중국의 간섭이 줄어들 것이다. 현재 김정은의 속셈은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발전으로의 전환이다.

김정은, 덩샤오핑의 빙의.
응용역사학자인 필자의 예측이 옳다면 김정은은 덩샤오핑의 길을 갈 것이다. 1949년 10월 마오쩌뚱의 중화인민공화국은 대외적으로 신민주주의를 표방했다. 그 증거로 언론자유인 백화제방(百花齊放), 백가쟁명(百家爭鳴)을 장려했다. 그러나 경제발전이 전면에 등장하고 사회주의가 뒷전으로 밀리자 ‘치욕의 10년’인 ‘문화대혁명’(1966~1976)이 일어났다. 해서파관(海瑞罷官)을 토대로 마오쩌뚱의 사회주의를 비판하던 펑더화이(彭德懷: 1898-1974)가 숙청당하면서 대약진운동은 절뚝거렸다.

철강, 에너지, 식량문제를 해결해 자본주의 선진국을 극복하려던 대약진 운동은 후계자, 류사오치(劉少奇)와 덩샤오핑(鄧小平)에 이르러 개혁·개방 정책으로 바뀌었다. 정치를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맞춰 개혁하고, 경제는 폐쇄적 자력갱생에서 국제사회로 개방하자는 변화였다.

“마오”의 1세대가 김일성 시기였고, 과도기의 류사오치가 김정일 통치와 맞물렸다면, 덩샤오핑은 김정은 체재에 속한다. 국방장관 린뱌오 제거와 (린뱌오와 공자를 동시에 비판한)비림비공(批林批孔)운동은 북한으로 치면 장성택과 현영철에 이르는 측근 척결에 해당한다. 체제나 발생 유형으로 보나 덩샤오핑이 빙의된 느낌이다. 덩샤오핑이 “마오”의 치적을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 희석시켰고, 시진핑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은 ‘개방’ 외에 묘수가 없다.

“마오”이후 덩샤오핑이 4대 분야(농업, 공업, 국방, 과학기술)를 현대화한 것처럼 김정은이 미래과학자 거리, 과학기술전당(쑥섬) 건설을 통한 현대화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북한의 1인당 소득(750$)이 남한(28500$)의 1/38인 상황에서 북한은 체제보장과 경제회복이 절실하다. 개방 외에 출구가 없다. 제임스2세를 퇴위시킨 영국 명예혁명(1688)이 평양에서도 일어나면 좋겠다. 

강온전략으로 쪼는 트럼프가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북·미가 담판 짓는 상황에서 우리는 통일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카드를 배분하는 건 신이지만, 그것으로 게임하는 것은 인간이다. 상대가 패배를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이겨야 후유증이 없다. 이점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나 김정은보다 한 수 위이길 바란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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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24 [09:47]  최종편집: ⓒ 국악디지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