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사설/컬럼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꾸미지’ 않은 꿈, 더 이상 ‘꿈이지’ 않은 현실이 되다.
200미터 걸어오는데 11년 걸렸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 일성이다.
임도건컬럼리스트 기사입력  2018/05/01 [09:43]
광고
역사적 순간이자 새 역사의 시작이다.
[한국전통예술신문 컬럼리스트= 임도건]이번 회담의 명장면 셋을 꼽으면 김정은의 군사분계선 최초 월경, 도보다리(Foot Bridge)에서의 30분 밀담, 그리고 판문점 선언이다. 5센티 높이의 경계석을 넘은 것이 시작이라면 판문점 선언은 그 결과물. KBS 여론조사를 보니 [매우·다소 성공적]이란 긍정 평가가 ±65%~94%였던 반면, [글쎄]라는 부정평가는 18%안팎, 그리고 [잘 모른다]는 응답 순이었다. 

대상과 시간대 별 차이를 감안할 때, 이번 여론이 회담성패를 결정짓는 결정적 잣대는 아니지만 향후 일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미회담 전 (5월 중)한미 회담이 한 차례 더 열릴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감격스런 상봉 장면들이 기대감을 갖게 함에도 불구, 여전히 일각에선 ‘우려를 빙자한 폄훼 성 비판’이 공존한다. 이때 6·13 지방선거를 앞둔 국내언론의 내부분석보다 이해관계가 적은 외부자의 시선이 더 객관적일 수 있다.    

외신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CNN은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A new history begins)는 헤드라인과 누들외교(Noodle diplamacy)라는 관련기사에서 “배석자 없는 30분간의 대화는 한 언어를 가진 남북에서만 가능한 일이자 평화정착을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 했고, BBC 역시 역사적인 두 정상의 악수는 종전선언이 평화정착으로 가는 징검다리라 했다. NYT(뉴욕타임스)는 “이번 남북회담이 희망과 의심 모두를 키웠다”고 했고, WSJ(Wall Street Journal)은 비핵화에 대한 세부사항이 없을뿐더러 국제사찰을 허용해야 한다며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비핵화 사안이 워낙 민감한데다 디테일한 용어 하나에 논쟁이 예상되는바, 우리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에 근거, 최종 결정을 북미회담으로 넘기는 지혜를 발휘했을 터. 그럼에도 확실한 게 하나 있다. 입모양을 분석한 구화 판독에 따르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상당부분 드러났지만, 완전폐기보다 국제적 핵사찰을 허용하는 정도의 동결 내지 경제회복에 따른 단계적 폐기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제3국의 기술개발과 국방재산을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지만 정상국가로서 체제보장이 확보된다면 완전한 폐기까지 단계적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이 진정성이 5월 중순 회담에서 어떻게 전달될지 미지수지만, 국제적인 치적으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가 한 발 물러나 상당부분 믿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더 이상 속지 않겠다거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겠다!”는 돌출발언이 국제여론에 먹힐지가 관전 포인트. 4월1일 특사 폼페이오와 김정은의 사전 조율 이후로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과 미국의 속내는 마지막까지 “깜깜이.” 하지만 한미정상의 75분 통화에서 북미회담의 장소로 판문점이 급부상했다. 북한에겐 안심을, 미국에는 신뢰를 얻는 징후다. 시진핑에게도 협조를 구할 것이다. ‘컬링’ 강국 일본은 ‘킬링’ 국가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아베의 정치적 생존에 직결된 분기점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은둔의 독재자 김정은을 세계의 카메라 앞에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각인시켜 주었다. UN 안보리는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과 그에 따른 경제제재를 풀어줌으로써 더 이상 핵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에 쐐기를 박았다. 평양에 트럼프 타워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린다. 외국기업의 평양 입주, 사회주의를 유지하되 자유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비핵화를 실현한 베트남을 주목하는 이유다.    

또 다른 주목대상은 분단과 통일을 경험한 ‘독일’이다. 자국민의 시청률과 세계경찰임을 자처하는 영·미 권의 보도와 달리 동병상련을 경험한 독일이야말로 진정한 조언을 줄 것이다. 메르켈 총리의 축전 이후 공식논평은 엠바고(embargo)상태지만 독일의 국영방송 ARD의 A. 슐츠 기자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의 성공분위기가 김정은의 갑작스런 변화를 이끌어냈고, 평화통일의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급작스런 변화에 얼떨떨하지만 왠지 모를 믿음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100% 믿기 어렵다고 ‘만의 하나’라는 기우에만 목 매달 순 없지 않은가? 회심한 개종자 김정은이 생활습관까지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노릇. 그러나 신분이 바뀌면 행동도 바뀌게 되어 있다. 잘 가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불분명할 때는 ‘잘 가고 있다’고 믿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좋은 결과를 얻는다. 긍정의 힘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진전. 정작 이루어 질것으로 믿고 기도했는데, 정작 결과는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판단착오는 기꺼이 환영한다. 

문 대통령에게 응원 한 마디 하겠다. “Festina lente!”

악티움 해전의 승리로 로마제국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남긴 이 말. 운명의 시간을 인내를 갖고 기다리자. 결정적 순간을 놓치면 새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중한 서두름(deliberate haste)이다.   


 

트위터 트위터 미투데이 미투데이 페이스북 페이스북 요즘 요즘 공감 공감 카카오톡 카카오톡
배너
기사입력: 2018/05/01 [09:43]  최종편집: ⓒ 국악디지털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