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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과 한·러 외교
임도건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8/06/27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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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예술신문 칼럼니스트=임도건]단일 스포츠로는 세계최대 축제인 월드컵. 32개국이 경쟁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대회 중반을 지나고 있다. 16강이 결정될 독일 전에 총력을 쏟는 우리대표 팀은 스웨덴, 멕시코가 속한 죽음의 조(F)에서 마지막 불씨를 태운다.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러시아인의 민의를 대변하는 하원 [두마]에서 열린 18분 연설 동안 일곱 차례 박수를 받았다. 러시아는 어떤 나라이고, 월드컵 기간에 방문한 이유는 뭘까?
         
러시아는 세계최대의 영토를 가진 자원대국. 10세기 중엽, 스칸디나비아의 노르만족이 원주민-슬라브인을 신민으로 삼아 현재 우크라이나에 키예프 공국을 수립하면서 시작되었다. 동로마제국의 동방정교회와 그리스 문자를 토대로 전제국가를 수립했으나 200년 동안 몽골 지배하에 유럽문명과 격리되어 있었다. 16세기 어간 변경지역의 코사크(자유농민집단)가 농민반란을 일으킨 가운데 중앙집권 형 차르체제를 유지했으나 17세기 중반, 표트르1세는 적극적인 서구화를 추구했다. 그 대표적인 상징이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다.

이후 사회정의를 외치던 인텔리겐치아(지식인층)는 데카브리스트 반란을 통해 차르 체제에 맞섰다. 제국주의와 1차 대전으로 차르 체제는 위기를 겪었고, 1917년 볼셰비키혁명을 거치면서 전시공산주의와 신경제 정책을 표방했다. 1985년, 고르바초프는 페레스트로이카(다시 고친다)를 통해 레닌주의로 회귀했으나 중앙집권적 계획경제가 실패함에 따라 글라스노스트(개방)로 이어졌다.

이로써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구권의 소수민족이 독립했고, 마침내 소비에트 연방(구소련)은 해체되었다. 이후 프랑스혁명의 유산을 이루고자 러시아혁명(1917)을 일으켰으나 당과 관료의 비대화 및 유럽보다 늦은 산업화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었다. 최근 소치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로 반전을 꾀하는 중이다. 크림 반도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 복속된 것이 대표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는 무기 수출산업이 주춤한 사이,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간파한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천연가스자원을 지렛대로 막대한 경제이익을 챙길 수 있다. 러시아도 이를 잘 알고 있을 터. 고유가의 대한민국은 어마어마한 시장과 손잡아야 한다. 러시아의 값싼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면 국내 유가가 절감된다. 북한통과 송유관 통과세로 북한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의 농수산품이 러시아 시장에 진입하면 막강한 경쟁력을 갖는다. 한국산 사과/배는 러시아에서 극상품 대접받는다. 장애물인 북한마저 열리고 있다.

차제에 당위성으로만 존재하던 한·러 교역이 급작스레 추진된 것은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따른 한반도의 정세변화 때문. 남·북은 물론 미·중 사이에 상호투자율이 높을수록 전쟁발생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전면전이던 1·2차 대전과 달리, 현대전은 승리의 대가보다 전비손실이 더 크다. 그렇다면 누가 전쟁하려 하겠는가? 오늘날 국제체제가 대리전이나 무역 충돌로 이어지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남·북 회담-북미회담에 이은 다중외교로 한반도의 긴장을 크게 완화시키고 있다. 종래의 [한·미·일] 對 [북·중·러]라는 이분법적 대결구도를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호혜적 다자 외교가 심화될수록 전쟁억제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당시, 당사자인 독일과 프랑스가 군수물자인 석탄과 철강을 공동 관리함으로써 40년 뒤 유럽통합으로 이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가 월드컵 개최에 즈음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장차 다가올 동북아 시장변화에 따른 선제적 조치다. 남/북/러 간 크루즈관광 개발과 강릉-제진을 잇는 동해북부선의 조기 착수(TKR) 및 한반도-유라시아 대륙횡단 철도(TSR) 건설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남·북·러”의 삼각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남북협력 없이는 대륙경제권과의 연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칭다오 사이는 직선거리로 600킬로미터. 쾌속정을 타면 7시간, 비행기로는 1시간 거리다. 인천-칭다오-다롄의 삼각지대. 인천공항을 허브로 한 물류동맹에, 북한 노동력까지 결합한다면 강력한 경제공동체가 가능하다. 금전거래에서 채권국/채무국 사이에는 묘한 관계가 생긴다. 상대국이 안전하지 않으면 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원산·갈마해안특구 개발을 놓고 북·미가 줄다리기하는 이유다. 

평화가 땅이라면 경제는 그 땅에서 피는 꽃. 이제 제재와 압박의 악순환이 아니라 평화와 경협의 선순환 구조로 돌아설 때다. 서울·나진·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9288km)를 거쳐 런던/파리까지 갈 수 있다. 또 하나의 버킷 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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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27 [06:55]  최종편집: ⓒ 국악디지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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