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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평생교육법인가, 무리한 법 개정으로 폐교 늘어나
60년 역사 한림예술고등학교 내년도 신입생 못 뽑아
김갑식 편집국장 기사입력  2020/12/18 [16:20]

[국악예술신문=김갑식 편집국장] 법이란 무엇인가.

서양에서는 그리스어의 노모스(Nomos)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평균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로 구분하여 법의 개념을 정의(正義)’로 정리했다.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라고 풀이된다.

 

동양에서는 글자 뜻대로 물이 흐르듯 하다[]’는 표시로 법을 나타냈다. 다시 말해 무리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흐름이 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 자리에서 새삼스레 법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현재 대한민국의 법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현실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뮤지컬과 공연.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는 196043일 한림학교로 처음 문을 열었다. 2월 타계한 이현만 설립자가 교장으로 부임한 뒤 몇 차례 교명을 바꾸며 200932일 지금의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로 개교했다. 따지고 보면 역사가 60년이나 된 학교이다.

 

초중등교육법이 아닌 평생교육법으로 설립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학평)인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는 2007년 평생교육법이 개정되면서 개인이 학평을 설립할 수 없어, 개정 이전에 개인이 설립한 학평은 설립자의 유고 이후 설립인가를 반납하고 재단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때문에 이현만 설립자의 작고로 무조건 재단법인으로 전환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폐교해야 하는 것이다.

 

개정된 평생교육법을 통해 학평의 설립주체를 법인으로 제한한 교육 당국은 설립자의 사유재산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학평을 독창성을 무시하고 일률적인 테두리 안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강제적인 법인화가 오히려 폐교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법인 전환을 위해서는 5억원의 기본재산과 건물, 토지 등을 출연해야 하는데,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거나 교육사업 의지가 약한 설립자나 그 후손들이 절차가 까다롭고 힘들어 아예 학교를 정리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의 경우 빚도 있어 더욱 악조건인 셈이다. 서울 시내 학평가운데 법인화에 성공한 곳은 서울자동차고 하나뿐이다.

 

현재 연예과, 실용무용과, 실용음악과, 패션모델과, 뮤지컬과, 영상제작과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미래를 향해 꿈을 펼치던 1천 여 재학생들은 불안과 초초감 속에서 학습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또한 1만 명이 넘는 졸업생들은 졸지에 모교가 사라지면 고아 아닌 고아가 될 수밖에 없으며, 수십명 교사들은 실직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법 개정이 없는 이상 다른 방법은 없다며 원칙론만 내세우고 있다.

 

요즘처럼 가치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대에 교육 장르의 독창성과 미래지향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이고 폐쇄적인, 시대에 뒤떨어진 관 주도의 일방적 횡포에 다름없는 조치가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을 회복 불가능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면 이것은 일종의 범죄 행위가 아닌가.

 

예술적 재능이 있는 청소년들을 북돋아 마음껏 그 재능을 발휘하게 하고, 정규 교육과정에서 이탈하는 수많은 청소년들을 보듬어 안아줄 너무도 소중한 둥지를 허물고 있으면서도 교육 당국은 법만 내세우며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이다.

 

국악예술신문 김갑식 편집국장 gugakpeople@gugak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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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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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2/18 [16:20]  최종편집: ⓒ 국악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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