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예술세계=김갑식 편집국장] 대한제국 광무 10년(1906) 5월 8일 불교연구회(佛敎硏究會)가 주체가 돼 문을 연 2년제 명진학교를 모태로 1946년 대학기관 동국대학, 1953년 종합대학 동국대학교로 승격 올해 개교 115주년을 앞둔 동국대학교가 비판의 화살을 맞고 있다.

최근 학과역량평가 기준을 이유로 경주캠퍼스 한국음악학과, 신소재화학과, 의생명공학과, 빅데이터 응용통계학과 등 4개 학과를 전격 폐과키로 결정했기 때문.

2022학년도부터 신규 입학생을 받을 수 없게 된 이들 학과생들은 즉시 비대위를 구성, 학교 측의 결정에 항의하고 있다.

▲ 동국대 경주캠퍼스 한국음악학과의 폐과 결정은 학생들과 학부모는 물론이고 국악인, 국악관련단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선임기자 김태민

특히 한국음악학과의 경우 학생들과 학부모는 물론이고 국악인, 국악관련단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불교전통문화의 발전과 인재양성에 앞장서 온 한국음악학과를 폐지하는 것은 동국대학교의 건학이념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결정이라는 것이다.

동국대학교는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학술과 인격을 연마하고 민족과 인류사회 및 자연에 이르기까지 지혜와 자비를 충만케 하여 서로 신뢰하고 공경하는 이상 세계의 구현을 건학이념으로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1978년 문을 연 경주캠퍼스에는 현재 6개 대학원(일반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교육대학원, 불교문화대학원, 사회과학대학원, 경영대학원), 8개 단과대학(불교문화대학, 인문대학, 과학기술대학, 사회대학, 상경대학, 사범교육대학, 한의과대학, 의과대학), 2개 파라미타칼리지(파라미타칼리지, 자유전공학부), 2개 교육기관(평생교육원, 생태교육원)이 운영중이다.

한편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회는 최근 동국대 경주캠퍼스 4개 학과 폐과 논란과 관련해 실태 파악에 나서 절차 등에 하자가 없었는지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 조만간 폐과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해진다.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한국음악학과 학생들은 폐과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해 전국의 국악 전공 대학생,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연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아래 글은 학생들이 올린 호소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한국음악과 학생일동입니다. 저희 불교문화대학 소속 한국음악과가 학교측에 의해 폐과를 일방적으로 통보당하였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영산재를 비롯, 국악 및 불교예술을 전승하고 있는 학생들의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저희가 폐과에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는 ‘학과 역량평가’를 근거로 저희를 평가하였고, 그 결과 가장 하위 등급에 해당하여 폐과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들께서 아시다시피 학생의 취업률이 포함된 ‘학과 역량평가’는 순수예술 계통의 모든 학과에 있어 온당치 않은 평가 방법입니다.

교육부에서는 2013년도 대학 인문/예체능 계열 학과 평가에 있어 ‘졸업생 취업률을 포함 시키지 않는다’고 명시한 바 있고, 저희 학과에는 불교 예술을 배우시는 스님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본교의 학과 역량평가에 취업률을 포함 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제시한 평가 지표는 2020년 평가 기록 없이 2017~2019년도 평가 지표일 뿐만 아니라, 교육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실시된 것이기에 부당합니다.

둘째, 이번 학과 역량평가에서 ‘불교학과’와 ‘불교아동보육학과’도 기준 미달이었으나, 학교 측에서는 건학 이념에 따라 폐과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저희 한국음악과도 스님들과 학생들 모두 국가무형문화재 50호 및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영산재'를 비롯한 불교 음악을 배우고 있으므로 건학 이념에 맞는 교육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저희 한국음악과는 절대 없어져서는 안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영산재(범패)와 불교음악을 커리큘럼으로 채택하여 배우고 있는 국내 유일의 학과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벌써 한국음악과 교수님들 중 세 분께서 정년퇴임 또는 퇴직을 하셨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분은 법현스님 단 한 분이십니다. 학교에서는 수년 전부터 줄어드는 한국음악과 교수진을 새로 채용하지 않고, 타 학과의 교수진만을 충원하였습니다.

더불어, 학생 정원도 계속 감축해 왔습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학생들과 학과 관계자들의 의견은 무시된 채, 폐과의 수순이 진행되고 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학과의 정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도 들며 폐과를 ‘통보’하였습니다.

넷째, 2021학번으로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폐과에 대한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 측은 신입생 등록금 납부가 마무리된 이후 일방적으로 폐과를 통보하였는데, 이는 신입생들의 권리를 무시한 처사입니다.

현재 저희 과의 신입생들은 입학하자마자 혼란스러운 정국을 맞이하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한국음악과 재학생들은 학교의 이름으로 수많은 공연, 발표회, 사찰 행사 등을 하며 학교의 이름을 알리고 계발에 힘썼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지금껏 진행되었던 행사 비용, 신입생 및 졸업생 연주회, 연주 봉사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학생들의 권리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임한 것으로도 모자라 학과의 존립을 마음대로 논하고, 통보하였기에 저희 학생 일동은 폐과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학교 측에선 졸업시까지 학습권 보장 및 특별 전과를 대책이라고 내세웠지만, 캠퍼스 내에서 한국음악과는 다른 곳으로 전과할 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학습 및 졸업을 할 때까지의 지속적 지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언론 제보, 국민청원, 시위 등으로 한국음악과를 지켜내고자 밤낮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종관위, 이사회 측에서 3월 19일에 열리는 회의에서 한국음악과 폐과에 관해 논의해 보겠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이에 저희는 본 연서명을 3월 19일에 예정된 회의에 제출하고자 합니다. 권력이 없는 대학생들의 연서명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대학에서 국악 전공 학생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뜻과 의지가 모인다면 그것 자체만으로 분명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의 폐과 철회를 위해 도움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학생 일동 올림>

국악예술세계 김갑식 편집국장  gugakpeople@gugakpeop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