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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디지털신문]예술가적 정치인 효명세자와 우리의 문화산업
편집실 기사입력  2021/05/08 [18:32]

[국악디지털신문 편집실]프랑스 문화의 중흥기를 구사했던 루이 14세는 가장 예술가적인 정치인, 최초의 발레스타, 왕권 강화를 위해 예술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한 왕이었다.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궁전을 건축하고, ‘밤의 발레’에 출연하면서 ‘태양의 왕’이라는 별칭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문화강국 프랑스에 루이 14세가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효명세자가 있다.



효명세자는 1827년(순조 27년) 2월부터 1830년(순조 30년) 5월까지 약 3년 3개월 동안 

대리 청정을 하면서 조선을 경영했던 실질적인 권력자였다. 

 

그는 세도정치로 유명무실해진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탐관오리의 징치(懲治/사람을 징계하여 다스림)와 과거제도의 정비 등 다양한 개혁정책을 실행에 옮겼지만, 고착된 현실을 타파할 수 없음을 깨닫고 엄격한 위계질서의 통치이념이 담겨있는 예악(禮樂)을 통해 왕권 강화를 꾀하였다.

 

효명세자는 부왕에 대한 효성을 빌미로 전례 없이 화려한 궁중 연회를 주관하면서 정재(呈才)를 되살리고, 연향(宴享)의 규모를 확대함으로써 약해졌던 군·신간의 질서를 바로잡았다. 이전의 정재가 국가 창업의 정당성을 과시하는 것이었다면, 효명세자의 그것은 국왕의 권위와 왕실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수단이었다.

 

효명세자는 궁중 연행의 전 과정을 지휘하면서, 연회에 사용하는 정재의 종류와 순서를 직접 관장했고, 그 과정에서 무려 53종의 궁중 정재 가운데 26종의 정재를 직접 창작 하거나 재정비했다. 그는 짧은 생애에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지만, 정재(呈才) 부문에서 단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효명세자가 기획한 궁중 연회는 대부분 순조와 순원왕후를 위한 것이었으며, 연향 때마다 필요한 악장과 치사의 전문과 정재를 직접 창작했다. 

 

전통적으로 연향에 쓰이는 악장과 치사는 문신들의 몫이었지만, 효명세자는 직접 창작한 악장과 치사를 통해 연회에 참석한 권력의 실세들이 국왕에게 충성을 서약하고, 만수무강을 비는 치사를 낭독하게 하였다. 

 

그 결과 국왕의 위엄과 권위가 서게 되었고, 군신 간에 위계질서가 확립되었다.

 

효명세자의 개혁 의지가 서려 있는 곳이 창덕궁의 연경당이다.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한 궁궐건축물이 아니라 일반 사대부 가옥 형식으로 지은 집으로 효명세자가 부왕 순조에게 존호(尊號)를 올리는 경사스러운 의식을 받들기 위해 지었고, 향후 부왕의 휴식공간의 역할까지 구상한 것이었다. 

 

연경당이란 이름은 사랑채의 당호이면서 건물군 전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연경(演慶)’이란 당호는 효명세자가 직접 지었는데 ‘경사가 널리 퍼진다’는 뜻으로 ‘연(演)’ 자에는 ‘늘이다’, ‘널리 펴다’라는 뜻 외에 공연(公演)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연경당은 무자년(1828년)에 순원왕후의 보령 40세를 축하하는 연회장으로 이용되었고, 이후 왕족들이 춤과 노래를 관람하던 공연장으로 활용되었다. 

 

우리 역사에서 국중대회를 비롯하여 궁중 연행에서 공연예술의 중요성은 다양하게 포착된다. 오늘의 한류 열풍이 단시일에 완성된 것이 아니란 뜻이다.

 

우리의 DNA 속에는 선대의 예술정신이 대대손손 이어져서 발현되었기 때문에 

오늘의 한류가 가능했을 것이다.

 

현재 한류의 열풍이 K-pop에서부터 드라마와 영화까지 전방위적이다.

문화산업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화장품과 패션 등 뷰티산업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한글의 보급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류를 통한 해외수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이 기회에 해외 관광객이 우리 문화의 원형을 알 수 있도록 현장에서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상품이 필요하다.

 

최근 광화문광장을 새롭게 단장한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광화문광장을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경복궁에서 광화문광장 사이를 지하도로 만들고, 지상을 이어 봄부터 가을까지 극한 추위와 더위를 제외하고, 하루 2회씩 어가행렬과 연행, 전통음식과 복식 등 궁중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관광객 유치에도 막대한 기여가 될 것이다.

 

대중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유행의 주기 즉, 생명성이 짧다는 것이다. 

한류의 지속적인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우수한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상품을 개발해야 문화산업화도 그 지속성이 유지되리라 믿는다.

 

글 : 김종덕(세종대학교 뉴미디어퍼포먼스 연계융합전공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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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5/08 [18:32]  최종편집: ⓒ 국악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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